상속세, 단순한 숫자 너머의 복잡한 현실
한국의 상속세는 종종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섭니다. 특히 '실효세율'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논쟁은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법정 최고세율은 50%이지만, 다양한 할증과 공제, 평가 방식이 복잡하게 얽혀 실제로 납부하는 세금의 비율인 실효세율은 훨씬 더 높을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 상속세의 실효세율이 무엇인지, 왜 이렇게 논란이 되는지, 그리고 이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영향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법정세율 vs 실효세율: 왜 다른가?
많은 사람들이 상속세를 논할 때 '최고 50%'라는 법정세율에 주목합니다. 그러나 실제 세부담을 결정짓는 것은 '실효세율'입니다. 실효세율이란 각종 공제와 할인을 적용한 과세표준에 세율을 적용해 계산한 후, 다시 실제 상속재산 가액 대비 얼마의 세금이 부과되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입니다. 한국 상속세의 실효세율 논란은 주로 다음과 같은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 최대주주 지분 할증: 상속받은 주식이 피상속인이 최대주주였던 법인의 주식일 경우, 상속세 과세가액에 최대 20%가 가산됩니다. 이는 실질적으로 세율을 6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냅니다.
- 공시지가 대비 토지 평가: 토지의 경우 시가보다 높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 평가액이 실제 시장 가치를 초과하여 과세표준이 부풀려질 수 있습니다.
- 공제 항목의 상대적 협소성: 기본공제액(5억 원)과 배우자 공제 등이 있지만, 고액 자산가의 경우 이 공제액이 전체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실효세율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국제 비교와 한국 상속세의 위치
표면적인 최고세율만 보면 일본(55%) 등 더 높은 국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대주주 할증, 평가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실효세율 측면에서 한국은 독보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일각에서는 '세계최강'이라는 표현까지 사용되곤 합니다. 아래 표는 주요 국가의 상속세(또는 유산세) 체계를 간략히 비교한 것입니다.
| 국가 | 최고 법정세율 (대략적) | 주요 특징 및 실효세율 영향 요인 |
|---|---|---|
| 한국 | 50% | 최대주주 주식 20% 할증, 공시지가 평가 등으로 실효세율 극대화 가능성 높음. |
| 일본 | 55% | 법정세율은 높으나 공제액이 크고 평가가 비교적 관대한 편. |
| 미국 | 40% | 면세액이 매우 높아(2023년 기준 약 1,300만 달러) 실질적으로 부과 대상이 극소수. |
| 영국 | 40% | 면세액이 존재하며, 주거용 주택에 대한 추가 공제 등이 있음. |
| 독일 | 30%~50% | 상속인과의 관계에 따라 세율과 면세액이 크게 차등 적용됨. |
| 스웨덴, 노르웨이 등 | 0% | 상속세 자체를 폐지. 대신 다른 세목(소득세, 재산세 등)으로 조세 수입 확보. |
이 표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은 높은 법정세율에 더해 할증제도 등으로 인해 고액 상속, 특히 기업 지배주주 가족의 상속 시 부담이 매우 커질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높은 실효세율이 초래하는 문제점과 논쟁
60%에 달할 수 있는 실효세율은 여러 가지 경제적·사회적 부작용을 낳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 편법 증여와 자본 도피: 엄청난 세금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생전에 이루어지는 편법 증여가 만연합니다. 또한, 상속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자산을 이전하거나, 귀화를 통해 탈세(脫稅)를 시도하는 '한국 떠나기' 현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됩니다.
- 기업 경영의 불안정성: 대기업 오너가 사망할 경우, 막대한 상속세를 현금으로 납부하기 위해 경영권을 유지해야 할 필수 지분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해당 기업의 주가 불안정과 경영권 분산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세수 효율성 논란: 지나치게 높은 세율이 오히려 증여를 유발하고, 복잡한 탈루 시도를 만들어 결국 국고 수입을 줄일 수 있다는 '래퍼 곡선(Laffer Curve)' 논리가 제기됩니다. 즉, 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면 오히려 세수가 증가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상속세 폐지 또는 인하 주장에 대한 반론
상속세 폐지나 대폭 인하를 주장하는 측에 대해서도 강력한 반론이 존재합니다. 주요 논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세계 1위 세율 논리의 허점: '세계 1위의 세율'이라는 표현은 실효세율을 감안하더라도 정확한 국제 비교가 어렵습니다. 각국마다 공제 범위, 평가 방법, 다른 세목과의 연계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 조세 형평성과 사회 통합: 상속세는 노력 없이 얻은 '불로소득(unearned income)'에 대한 세금으로,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기회의 평등을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이를 없애면 부의 대물림이 심화되어 사회적 계층 고착화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 다른 세목의 부담 증가 가능성: 상속세를 폐지하는 국가들은 대체로 소득세나 소비세 등 다른 조세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상속세 폐지만을 바라보는 것은 전체적인 조세 체계를 보지 못하는 시각일 수 있습니다.
개선 방향: 합리적인 실효세율을 위한 제언
양극화된 논쟁을 넘어, 보다 건설적인 개선 방향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평가 제도의 합리화: 공시지가와 시장 가격의 괴리를 줄이고, 주식 평가 방법을 보다 현실적으로 개선하여 과도한 평가 상승에 따른 세부담을 완화해야 합니다.
- 납세 유연성 제고: 특히 기업주식 상속 시, 현금 납부가 어려운 경우 분할 납부나 물납(物納, 주식으로 납부) 제도를 더욱 활성화하여 기업 경영의 안정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습니다.
- 할증제도의 재검토: 최대주주 할증 20%의 적정성과 효과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합니다. 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조정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 증여세와의 정합성 확보: 상속세 회피를 위한 생전 증여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증여세 체계를 보완하고, 상속세와 증여세를 통합한 '누진적 유산이전세' 도입 등 근본적인 제도 개편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상속세 실효세율 논쟁은 단순히 '높다 vs 낮다'를 떠나 조세의 형평성, 경제 활력, 기업 경쟁력, 세수 확보라는 여러 가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법정세율의 숫자에만 매몰되기보다는 평가 방식, 공제 범위, 납세 편의성 등 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고액 상속자에게도 과도하지 않고, 사회적 형평성도 해치지 않는 '합리적인 실효세율'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