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께스 데 리스칼 그랑 레세르바 2011, 시간이 빚은 리오하의 걸작

전설의 시작, 마르께스 데 리스칼

스페인 와인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이름이 있습니다. 리오하 지역을 세계적인 명성의 와인 산지로 만드는 데 초석을 놓은, 마르께스 데 리스칼입니다. 1858년 설립된 이 웨이너리는 프랑스 보르도 기술을 도입해 리오하 최초로 오크통 숙성을 본격화한 선구자이자, 그 독특한 금속 와이어 메쉬로 감싼 포장 디자인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와인 중에서도 최상의 빈티지를 엄선해 가장 오랜 시간 정성껏 숙성시킨 '그랑 레세르바(Gran Reserva)'는 이 집안의 정수를 보여주는 라인입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2011년이라는 빈티지로 태어나 완벽한 숙성의 시간을 거친 '마르께스 데 리스칼 그랑 레세르바 2011'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그랑 레세르바, 리오하 최고 등급의 조건

리오하 와인은 '크리안자(Crianza)', '레세르바(Reserva)', '그랑 레세르바(Gran Reserva)'로 구분되는 숙성 등급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포도 수확 후 최소한의 통 및 병 숙성 기간을 법으로 정해 품질을 보증하는 독특한 시스템입니다. 그랑 레세르바는 이 중 가장 엄격한 조건을 요구합니다. 최소 2년의 오크통 숙성과 3년의 병 숙성을 포함해 총 5년 이상을 와이너리에서 보낸 후에야 시장에 출시될 수 있습니다. 이는 양조자의 인내와 시간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그랑 레세르바는 이 법정 조건을 훨씬 상회하는, 평균 34개월에 달하는 오크통 숙성을 통해 더욱 복잡하고 우아한 풍미를 구축합니다.

2011년, 리오하의 해

와인에서 빈티지(Vintage)는 단순한 제조년도가 아닙니다. 그 해의 기후, 날씨, 포도나무의 상태가 고스란히 담긴, 와인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2011년은 리오하 전역에 걸쳐 균형 잡힌 생장기를 보낸 매우 우수한 빈티지로 평가받습니다. 겨울의 적당한 강수량, 포도 성숙기에 찾아온 더위와 건조함, 그리고 수확기에 접어들며 찾아온 선선한 밤 기온은 포도가 천천히 완벽하게 익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로 인해 2011년산 포도는 높은 당도와 풍부한 폴리페놀, 그리고 적절한 산도를 갖추게 되었으며, 이 모든 요소는 장기 숙성에 적합한 탄탄한 구조의 와인을 탄생시키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마르께스 데 리스칼 그랑 레세르바 2011의 정체성

이 와인은 단일 품종이 아닌, 리오하 전통의 블렌딩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주류를 이루는 것은 리오하의 대표 품종인 템프라니요(Tempranillo, 75%)입니다. 여기에 구조감과 산도를 더하는 마주엘로(Mazuelo, 카리냥, 17%), 그리고 은은한 향과 신선함을 부여하는 그라시아노(Graciano, 8%)가 블렌딩됩니다. 특히 이 포도들은 평균 수령 80년 이상의 노포도나무에서 손수 수확되었습니다. 노포도나무는 수확량은 적지만 그 결실은 매우 농축되고 집중된 풍미를 지니며, 이는 와인에 깊이와 복잡성을 더하는 핵심 비결입니다.

구분 내용
와인명 마르께스 데 리스칼 그랑 레세르바 2011 (Marques de Riscal Gran Reserva 2011)
국가/지역 스페인 / 리오하 DOCa
빈티지 2011년 (우수한 빈티지)
주요 품종 템프라니요 75%, 마주엘로 17%, 그라시아노 8%
포도 수령 평균 80년 이상 (노포도나무)
숙성 조건 약 34개월 간의 미국산/프랑스산 오크통 숙성 후 병 숙성
알코올 도수 14.5%
와인 평가 제임스 슈클린(James Suckling) 92점,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84점

감상 노트: 색, 향, 맛의 여정

이제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완성된 와인을 직접 감상해볼 차례입니다.

  • 색감: 유리잔에 따라 붓는 순간, 루비 빛보다는 갈색 빛이 감도는 짙은 석류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 숙성을 통해 나타나는 전형적인 그랑 레세르바의 색상 변화입니다. 다리가 잔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리는 모습에서도 농축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 : 코를 가까이 대면 먼저 오랜 병 숙성에서 비롯된 2차 향이 우아하게 다가옵니다. 숙성된 담배잎, 가죽, 트러플, 버터리한 바닐라의 복합적인 아로마가 느껴집니다. 그 아래에는 잼처럼 익은 붉은 과실(체리, 자두)과 말린 무화과, 약간의 토양 내음이 숨어 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는 향의 향연을 선사합니다.
  • 맛과 여운: 입 안에서는 부드럽고 매끄러운 타닌이 첫인상을 줍니다. 템프라니요의 익은 과일 맛이 주를 이루며, 마주엘로가 준 견고한 구조와 그라시아노의 상쾌한 산미가 균형을 이룹니다. 오크통에서 온 바닐라와 스파이스 노트가 은은하게 뒷맛을 수놓으며, 끝은 놀랍도록 깨끗하고 긴 여운으로 마무리됩니다. 힘과 우아함이 공존하는 진정한 리오하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어울리는 음식과 현재의 음용 시기

이처럼 복잡하고 구조적인 와인은 함께할 음식도 신중하게 선택해야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강한 향신료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요리가 최고의 파트너입니다.

  • 적합한 음식: 오랜 시간 푹 끓인 붉은 육류 스튜(소고기 토라자, 오소 부코), 양갈비, 그릴에 구운 야생 버섯, 잘 숙성된 하드 치즈(맨체고,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향이 강하지 않은 훈제 고기류.
  • 음용 시기: 2011년 빈티지가 2024년 현재, 출시 후 추가로 병 숙성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 와인은 현재 완벽한 음용 가능 시기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요소가 부드럽게 융합되어 있어 바로 오픈하여 즐기기에 최적입니다. 데칸팅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진행하면 닫힌 향이 더욱 열리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랑 레세르바를 선택하는 의미

마르께스 데 리스칼 그랑 레세르바 2011을 마주하는 것은 단순히 와인 한 병을 여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리오하의 한 해, 80년을 버텨낸 포도나무의 생명력, 그리고 양조자가 기울인 수년에 걸친 인내와 정성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현대 사회에서, 이 와인은 '시간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특별한 기념일, 중요한 비즈니스 자리, 혹은 인생의 한 순간을 의미 있게 남기고 싶을 때, 이 그랑 레세르바는 그 자체로 하나의 답이 되어줄 것입니다. 당신의 와인 셀러에 한 자리를 차지할 만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위대한 리오하의 정수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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