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함의 극치, 나탈리 팔메 팍셀 블랑 드 누아 ZH302 엑스트라 브뤼 2010

나탈리 팔메: 코트 데 바르의 우아한 변주자

샴페인 세계에서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는 특별한 매력을 지닌 카테고리입니다. 적포도 품종인 피노누아나 피노뮈니에만으로 만든 백색 샴페인으로, 풍부한 과실 맛과 우아한 신선함 사이의 균형을 추구합니다. 프랑스 샹파뉴 지역 남부, 코트 데 바르(Côte des Bar)의 진흙질 석회암 토양에서 탄생한 나탈리 팔메(Nathalie Falmet)의 샴페인들은 이러한 블랑 드 누아의 정수를 가장 섬세하고 개성 있게 표현하는 하우스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특히 이 하우스의 핵심을 이루는 두 가지 싱글 포도원, 싱글 품종 샴페인 '팍셀(Parcelle)' 시리즈는 그 정점에 서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피노뮈니에 100%로 빚어진, 하우스의 아이콘 같은 샴페인, '팍셀 블랑 드 누아 ZH302 엑스트라 브뤼 2010'에 대해 깊이 알아보고자 합니다.

ZH302, 한 포도원이 선사하는 순수한 표현

'팍셀(Parcelle)'은 말 그대로 '한 구획(포도원)'을 의미합니다. 나탈리 팔메는 특정 포도원의 독특한 테루아를 가장 순수하게 전달하기 위해, 단일 포도원에서 재배된 단일 품종으로만 샴페인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ZH302는 바로 르 발 코르네(Le Val Cornet) 포도원 내 피노뮈니에(Pinot Meunier)가 재배되는 특정 구획의 번호입니다. 피노뮈니에는 샴페인의 3대 품종 중 하나로, 주로 신선함과 접근성을 더하는 블렌딩 포도로 알려져 있으나, 나탈리 팔메는 이 품종이 가진 잠재력, 특히 코트 데 바르의 진흙 석회암 토양에서 표현될 수 있는 복합성과 미네랄리티에 주목했습니다. 2010년이라는 우수한 빈티지의 포도를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발효시키고, 오래된 대형 오크통에서 숙성하며, 도스리주(dosage, 첨가당)를 전혀 넣지 않은 '브륏 나뛰르(Brut Nature)' 스타일로 완성함으로써, 포도와 토양이 전하는 가장 본질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르 발 코르네 vs. 팍셀 ZH302: 나탈리 팔메의 두 얼굴

나탈리 팔메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르 발 코르네 블랑 드 누아 브뤼'입니다. 많은 자료에서 언급된 이 샴페인은 피노누아와 피노뮈니에를 각각 50%씩 블렌딩한, 하우스의 대표 주자이자 기본 큐베입니다. 이는 나탈리 팔메의 핵심 철학인 섬세함, 우아함, 균형을 잘 보여주는 샴페인입니다. 반면, 팍셀 ZH302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단일 품종(피노뮈니에 100%)에 집중함으로써 그 품종이 가진 독특한 정체성을 극대화합니다. 두 샴페인을 비교해 보면 나탈리 팔메의 샴페인 메이킹 세계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분 나탈리 팔메 르 발 코르네 블랑 드 누아 브뤼 (NV/2015) 나탈리 팔메 팍셀 블랑 드 누아 ZH302 엑스트라 브뤼 2010
포도 품종 피노누아 50%, 피노뮈니에 50% 블렌드 피노뮈니에 100% (싱글 품종)
포도원 르 발 코르네 포도원 (여러 구획 블렌드) 르 발 코르네 포도원 내 ZH302 단일 구획
주요 스타일 균형 잡힌 우아함. 붉은 과실과 꽃향기의 조화. 집중된 깊이와 미네랄리티. 순수한 품종 특성의 표현.
도스리주 낮은 도수 (엑스트라 브뤼 수준) 0g/L (브륏 나뛰르/엑스트라 브뤼)
맛의 특징 사과, 배, 살구 등의 백색 과실과 장미꽃, 산딸기의 은은한 향이 어우러진 섬세한 맛. 부드러운 거품과 깔끔한 여운. 익은 황색 과실(복숭아, 살구), 꿀, 생강, 그리고 뚜렷한 미네랄과 초콜릿의 느낌. 풍부한 질감과 긴 여운.

2010 빈티지, 그리고 한 병에 담긴 여정

ZH302 엑스트라 브뤼 2010은 단순한 샴페인이 아니라 한 편의 농업 일기이자 시간의 기록입니다. 2010년은 샹파뉴 지역에서 매우 균형 잡히고 클래식한 빈티지로 평가받습니다. 추운 겨울과 건조한 봄, 마침내 찾아온 따뜻한 여름이 포도에게 완벽한 성숙 조건을 제공했죠. 이러한 조건 아래에서 수확된 피노뮈니에는 평소보다 더 높은 산도와 농축된 풍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나탈리 팔메는 이 귀중한 포도를 최소한의 개입으로 다뤘습니다. 자연 중력에 의한 착즙, 자연 발효, 오크통 숙성을 통해 포도 본연의 맛에 테루아의 느낌을 더했으며, 오랜 시간(적어도 7년 이상) 병 속에서 이차 발효와 숙성을 거치며 복잡한 향미를 구축했습니다. 도스리주를 첨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맛의 중심에는 오로지 포도가 품은 당분과 시간이 만들어낸 풍요로움만이 남았습니다.

테이스팅 노트: 깊이를 더하는 섬세함

황금빛에 가까운 호박색을 띠는 것이 이 샴페인의 첫인상입니다. 오랜 숙성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거품은 미세하고 지속력이 뛰어납니다. 코를 가까이 가져가면, 피노뮈니에의 전형적인 익은 황색 과실(복숭아, 살구, 구운 사과)의 향이 풍부하게 느껴집니다. 여기에 오크 숙성에서 비롯된 버터리한 느낌과 생강, 허니의 따뜻한 아로마가 더해져 매우 관대하고 복합적인 향기를 만듭니다. 첫 모금은 놀라울 정도로 풍부한 질감을 선사합니다. 높은 산도가 느껴지지만, 그것이 날카롭기보다는 오랜 숙성으로 인해 잘 통합되어 있으며, 입안 가득 퍼지는 미네랄리티(짠맛, 석회암 느낌)와 크리미한 텍스처가 주를 이룹니다. 중간 여운에서는 초콜릿과 건과일의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와 깊이를 더합니다. 도스리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포도 본연의 익은 맛과 숙성 과정에서 발생한 느낌이 당도를 대체하여 전혀 거칠거나 텅 빈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집중되고 순수한 맛의 여정을 선사합니다.

어울리는 음식과 즐기는 법

이렇게 복잡하고 구조감 있는 샴페인은 단독으로 즐기기에도 훌륭하지만, 적절한 음식과의 페어링은 그 경험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립니다. 풍부한 질감과 미네랄리티는 기름진 음식이나 향신료를 잘 잡아줍니다.

  • 정통 페어링: 생선 요리, 특히 버터 소스를 곁들인 가자미나 대구 요리, 크리미한 로브스터 비스크.
  • 대담한 도전: 오리 콩피, 그릴에 구운 폴렌타, 송로버섯 요리, 혹은 간이 강하지 않은 양고기 요리.
  • 치즈와 함께: 크림치즈, 브리, 카망베르와 같은 부드러운 크림 치즈가 특히 잘 어울립니다.
  • 서빙 팁: 과도하게 차갑게(6-8°C) 제공하는 것보다는 약간 덜 차갑게(10-12°C) 제공하면 더 복잡한 향미가 열리기 시작합니다. 넓은 형태의 샴페인 글라스(부르고뉴 글라스도 좋은 선택)에 따라 마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소중한 순간을 위한 선택

나탈리 팔메 팍셀 블랑 드 누아 ZH302 엑스트라 브뤼 2010은 일상의 와인이 아닙니다. 이는 특별한 기념일, 깊은 대화가 필요한 저녁, 혹은 샴페인의 진정한 깊이와 복잡함을 탐구하고 싶은 순간을 위한 선택입니다. 이는 단순히 피노뮈니에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코트 데 바르의 한 구획 땅이 2010년 한 해 동안 흡수한 햇빛과 바람, 그리고 양조장주의 철학과 인내가 빚어낸 결과물을 마시는 것입니다. '끌레 드 크리스탈' 같은 공간에서 발견되어 행복을 선사했다는 블로거의 경험은 이 샴페인이 가진 특별함을 방증합니다. 만약 당신이 샴페인에 있어 '블랑 드 누아'의 매력에 빠져있고, 그 경계를 한층 더 넓히고 싶다면, 이 나탈리 팔메의 ZH302는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필수 코스가 될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은은하지만, 그 안에 수많은 색채의 층위를 감춘, 섬세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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