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오랏을 대표하는 이름, 끌로 테라자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프리오랏(Priorat) DOCa는 단연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와인 산지 중 하나입니다. 그 화려한 부흥과 명성을 이끈 중심에는 몇 안 되는 선구자 와이너리가 있으며, 그 중에서도 '끌로 테라자스(Clos i Terrasses)'는 빼놓을 수 없는 이름입니다. 단순히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것을 넘어, 프리오랏의 가능성과 정체성을 세계에 각인시킨 주역이죠.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다프네 글로리안(Daphne Glorian)이라는 한 여성의 열정과 신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1988년, 다프네 글로리안은 전 재산을 털어 프리오랏의 가파른 산비탈에 자리한 오래된 포도밭을 구입했습니다. 당시 프리오랏은 거의 잊혀진 지역이었으나, 그녀와 동시대에 진입한 몇몇 열정적인 프로듀서들은 이 땅의 엄청난 잠재력을 믿었습니다. 그 신념이 오늘날 '프리오랏 르네상스'를 일구어냈고, 끌로 테라자스는 그 정점에 서 있습니다. 이 와이너리는 두 가지 플래그십 와인, '끌로 에라스무스(Clos Erasmus)'와 '라우렐(Laurel)'로 유명하며, 각각 프리오랏의 우아함과 힘을 극적으로 표현합니다.
신의 선물, 끌로 에라스무스
끌로 에라스무스는 다프네 글로리안의 궁극의 예술품이자, 프리오랏에서 가장 희소하고 찬사를 받는 와인 중 하나입니다.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로부터 2004년과 2005년 빈티지에 이어 2019년 빈티지까지 여러 차례 만점(100점)을 받으며 전설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는 단순한 높은 점수가 아닌, 프리오랏 와인이 지닐 수 있는 최고의 복합성, 농밀함, 세련미, 그리고 장대한 aging potential에 대한 인증입니다.
끌로 에라스무스의 포도는 가르나차(Garnatxa, 그르나슈)와 시라(Syrah)로, 프리오랏 특유의 '리코리켈라(Llicorella)'라 불리는 반짝이는 슬레이트 층위 토양에서 자랍니다. 이 토양은 포도나무에 스트레스를 주며 집중도 높은 과실을 생산하게 하고, 복잡한 광물질 감각을 선사합니다. 발효는 225리터 오크 배럴에서 이루어지며, 정교한 양조 기술을 통해 과실의 순수한 표현과 구조감을 극대화합니다. 연간 생산량이 약 3,000병에 불과한 초희소 와인으로, 수집가들과 컨노이세르들의 가장 큰 로망이자 프리오랏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우아한 힘, 라우렐
끌로 에라스무스가 절정의 화려함이라면, 라우렐(Laurel)은 그에 버금가는 우아함과 접근성을 동시에 제안하는 와인입니다. 라우렐은 끌로 테라자스의 또 다른 얼굴로, 프리오랏의 매력을 좀 더 폭넓게 이해하게 해주는 뛰어난 와인입니다. 주로 가르나차와 시라, 그리고 소량의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 블렌딩되어 만들어집니다. 2019년 빈티지는 로버트 파커으로부터 95점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라우렐은 끌로 에라스무스보다는 다소 넉넉한 생산량을 보이지만, 여전히 엄격한 품질 관리 아래 제작됩니다. 이 와인은 프리오랏의 진한 과일 맛과 탄탄한 구조, 그리고 리코리켈라 토양에서 오는 미네랄리티를 선명하게 보여주면서도, 부드러운 탄닌과 균형 잡힌 산도로 더욱 마시기 편안한 프로필을 갖추고 있습니다. "프리오랏을 알려면 끌로 테라자스를 마시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그 첫 걸음으로 라우렐은 안성맞춤입니다.
끌로 테라자스 주요 와인 비교
| 와인 이름 | 주요 품종 | 특징 및 양조법 | 평점 예시 (빈티지별) | 연간 생산량 | 스타일 |
|---|---|---|---|---|---|
| Clos Erasmus (끌로 에라스무스) | 가르나차, 시라 | 225리터 오크 통 발효. 리코리켈라 토양의 극한 표현. 최고의 선택된 포도만 사용. | RP 100점 (2004, 2005, 2019 등) | 약 3,000병 | 집중도 높고, 농밀하며,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최상급 플래그십 |
| Laurel (라우렐) | 가르나차 75%, 시라 20%, 카베르네 소비뇽 5% (2019 기준) | 정교한 블렌딩을 통한 균형 추구. 프리오랏의 전형적인 힘과 우아함을 동시에 표현. | RP 95점 (2019) | 에라스무스보다 많으나 여전히 제한적 | 접근성 좋은 고급 플래그십, 복합성과 음용의 즐거움을 모두 제공 |
2019 빈티지, 또 하나의 전설이 되다
2019년은 프리오랏에 있어서도 뛰어난 빈티지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상적인 기후 조건 덕분에 포도는 완벽한 성숙도와 신선한 산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끌로 테라자스의 2019년 빈티지 와인들은 이 장점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끌로 에라스무스 2019가 로버트 파커으로부터 만점을 받은 것은 이러한 조건 아래 다프네 글로리안의 철학이 최고의 결과물로 구현되었음을 증명합니다. 라우렐 2019 역시 95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그 우수성을 입증했죠.
이 와인들은 현재는 젊은 에너지와 풍부한 과일을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 10년, 20년 이상의 시간을 통해 점점 더 복잡하고 매끄러운 모습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특히 끌로 에라스무스의 경우, 그 장수성은 이미 입증된 바 있습니다. 수집과 음미 모두에 있어 2019 빈티지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입니다.
끌로 테라자스를 즐기는 방법
이렇게 귀한 와인을 어떻게 즐겨야 할까요? 몇 가지 팁을 드립니다.
- 디캔팅은 필수: 특히 젊은 빈티지일수록 충분한 디캔팅(공기 접촉)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어도 1-2시간 이상, 가능하면 더 긴 시간 디캔팅하면 닫혀 있던 아로마가 피어나고 탄닌이 부드러워집니다. 적정 온도: 너무 차갑지도, 너무 따뜻하지도 않은 16-18°C 사이가 적정 온도입니다. 이 온도에서 와인의 복잡한 향과 맛이 가장 잘 표현됩니다. 페어링 음식: 강렬한 맛을 가진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구운 양고기, 스테이크, 사냥감 고기, 향신료가 강한 스튜, 그리고 오래 숙성된 하드 치즈(예: 마농체고, 그라나 파다노) 등이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합니다. 보관과 음미: 장기 보관을 원한다면 14-16°C의 안정된 온도와 약 70%의 습도가 유지되는 어두운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한 병을 개봉했다면, 그 순간부터 시간에 따른 변화를 음미하는 것도 와인을 즐기는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마치며: 하나의 신화, 그리고 계속되는 여정
끌로 테라자스는 단순히 높은 점수를 받는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이자 프리오랏 역사의 산 증인입니다. 다프네 글로리안의 도전정신과 열정 없이는 오늘날의 프리오랏이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끌로 에라스무스와 라우렐은 각각 '궁극'과 '완벽한 균형'이라는 다른 지점에서 프리오랏의 위대함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와인들을 마신다는 것은 단순한 미각의 즐거움을 넘어, 한 지역의 부활을 이끈 인간의 의지와 자연이 빚어낸 기적을 함께 음미하는 경험입니다. 2019년 빈티지의 입고는 우리에게 그 전설적인 순간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합니다. 아직 젊은 이 와인들은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우리에게 무한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며, 끌로 테라자스의 여정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