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의 또 다른 얼굴, 샤또 라 꽁트레 크로크 파쎌
보르도 와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 웅장한 성과 고가의 명품 와인일 것입니다. 라피트 로칠드, 라투르, 무통 로칠드 같은 초고급 그랑크뤼의 이름은 와인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하지만 보르도의 진정한 매력은 이러한 슈퍼스타 와이너리만이 아닙니다. 수많은 소규모 생산자들이 각자의 테루아르를 믿고 정성스럽게 만들어내는 개성 넘치는 와인들 속에 숨어있죠. 오늘 소개할 '샤또 라 꽁트레 크로크 파쎌 2013'은 바로 그러한, 진정한 애호가들을 위한 숨겨진 보석 같은 와인입니다.
폴리야크 A.O.C., 카베르네 프랑의 변주
크로크 파쎌은 프랑스 보르도 메독 지역의 명예로운 A.O.C.인 폴리야크(Pauillac) 출신입니다. 폴리야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레드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 중 하나로 꼽히며, 앞서 언급한 라피트, 라투르, 무통 모두 이 작은 마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와인은 전통적으로 카베르네 소비뇽이 주종을 이루며 힘과 우아함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샤또 라 꽁트레 크로크 파쎌은 여기서 독특한 변주를 선보입니다. 주요 품종이 100%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이라는 점이죠. 폴리야크에서 단일 품종 카베르네 프랑 와인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이는 생산자인 카무 다비드(Camou David)가 자신의 포도밭 특정 구획(파쎌, Parcelle)에서 자라는 카베르네 프랑의 가능성을 믿고 그 개성을 최대한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크로크(Croque)'는 아마도 포도나무를 심는 '심다'는 의미의 'Croquer'나 지역 방언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되며, '파쎌(Parcelles)'은 특정 포도밭 구획을 의미합니다. 즉, 이 와인은 특정 포도밭에서 온 독특한 표현물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2013년 빈티지, 도전과 인내의 결과물
2013년은 보르도 전체적으로 매우 어려운 해였습니다. 추운 겨울, 늦은 봄, 서리가 내리는 위험한 시기, 그리고 수확기에 접어들어도 끝나지 않는 비까지. 많은 생산자들이 수확량과 품질 모두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해입니다. 이러한 도전적인 조건에서 만들어진 와인들은 종종 높은 산도와 가벼운 바디, 그리고 덜 익은 느낌의 타닌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장인 정신을 가진 생산자들은 이러한 조건 속에서도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냅니다. 엄격한 포도 선별, 세심한 양조 과정을 통해 최상의 결과물을 이끌어내는 것이죠. 2013년 샤또 라 꽁트레 크로크 파쎌은 바로 그러한 노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힘든 해일수록 생산자의 실력과 철학이 와인에 고스란히 담기기 마련입니다.
크로크 파쎌 2013, 와인 평가와 음용 팁
제공된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크로크 파쎌의 전반적인 스타일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2015년 빈티지에 대한 평가가 많지만, 2013년 역시 그 기본적인 성격은 유지되었을 것입니다.
- 색상: 짙은 루비 레드 또는 가넷 색상을 띨 것입니다.
- 향: 카베르네 프랑 특유의 매력적인 향이 주를 이룹니다. 카시스,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블루베리 같은 검은 과실류의 향과 함께, 약간의 건포도, 푸룬, 레드커런트의 복합적인 아로마가 느껴집니다. '졸인 듯한' 느낌의 농축된 과실 향과 은은한 스파이시함도 엿볼 수 있습니다.
- 맛과 구조: 당도는 낮은 드라이(Dry)한 스타일입니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존재감 있는 바디감을 가지고 있으며, 피니시가 꽤 길게 이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타닌은 존재하지만 거칠거나 텁텁하지 않고, 생각보다 부드럽고 잘 통합되어 있습니다. 2013년의 특성상 신선한 산도가 잘 어우러져 균형을 잡아줄 것입니다.
이 와인은 현재 음용하기에 좋은 시점일 수 있습니다. 10년 이상의 병숙성을 통해 타닌이 더욱 부드러워지고 복합적인 향미가 발전했을 것입니다. 데칸팅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진행하는 것을 추천하며, 16~18°C 사이의 온도에서 즐기면 최상의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페어링 추천: 어떤 음식과 함께 할까?
카베르네 프랑의 우아함과 폴리야크의 힘을 동시에 가진 이 와인은 다양한 음식과의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무겁지 않은 바디와 부드러운 타닌은 생각보다 폭넓은 페어링을 가능하게 합니다.
- 적색육: 그릴에 구운 양고기 찹, 오리 콩피, 허브로 마리네이드한 닭고기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 치즈: 미디엄 이상의 숙성도를 가진 하드 치즈, 예를 들어 콩테, 그뤼에르, 오래 숙성된 체다 치즈와의 조합이 훌륭합니다.
- 기타: 버섯을 듬뿍 사용한 파스타, 버터와 허브 소스를 곁들인 버섯 리조토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요약: 샤또 라 꽁트레 크로크 파쎌 2013의 매력 포인트
| 구분 | 내용 | 비고 |
|---|---|---|
| 와인명 | Chateau La Contree, Croque Parcelles 2013 | 생산자: Camou David |
| 지역 / 등급 | France, Bordeaux, Medoc / Pauillac A.O.C. | 보르도 최상급 지명 중 하나 |
| 품종 | Cabernet Franc 100% | 폴리야크에서는 드문 단일 품종 구성 |
| 빈티지 | 2013 | 도전적인 기후 조건의 해 |
| 스타일 | Red, Dry, Medium to Full Body | 긴 피니시, 부드러운 타닌 |
| 주요 향미 | 카시스,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블루베리, 은은한 스파이스 | 검은 과실류의 복합적인 아로마 |
| 음용 온도 | 16~18°C | 데칸팅 30분~1시간 추천 |
| 가격대(참고) | 보르도 폴리야크 대비 합리적 | 명성 대비 뛰어난 가성비 와인 |
마치며: 개성과 도전이 만든 특별한 한 병
샤또 라 꽁트레 크로크 파쎌 2013은 보르도의 전통적인 틀 안에서도 개성을 추구하는 현대적 생산자의 도전정신이 담긴 와인입니다. 폴리야크라는 명성 높은 테루아르에서 카베르네 프랑이라는 품종의 가능성을 끌어올리고, 힘든 빈티지의 조건을 극복해내어 탄생시킨 결과물이죠. 이 와인은 고가의 명품 보르도만이 전부가 아님을 일깨워줍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뛰어난 지명도를 가진 지역의 독특한 변주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니까요.
와인을 단순히 등급과 가격으로 평가하기보다, 그 뒤에 숨은 생산자의 이야기와 포도밭의 특징, 그리고 그 해의 날씨까지 음미하며 마신다면, 한 병의 와인이 주는 즐거움은 배가 될 것입니다. 샤또 라 꽁트레 크로크 파쎌 2013은 바로 그러한 깊이 있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와인입니다. 다음번에 보르도 와인을 찾으실 때, 슈퍼스타 옆에 조용히 자리한 이 숨은 보석을 기억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