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멘 알랑 위들로 노엘라의 걸작, 끌로 드 부조 그랑 크뤼 2004

부르고뉴의 왕관, 끌로 드 부조 그랑 크뤼

부르고뉴 와인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름, 끌로 드 부조(Clos de Vougeot). 12세기 시토회 수도사들이 처음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한 이래, 단일 포도원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50여 헥타르에 달하는 광활한 포도원은 80명이 넘는 소유주에게 나뉘어 있어, 같은 그랑 크뤼 등급 내에서도 도멘(Domaine)에 따라 그 품격과 스타일이 천차만별입니다. 그 중에서도 전통과 정밀함으로 명성을 쌓아온 도멘이 바로 도멘 알랑 위들로 노엘라(Domaine Alain Hudelot-Noellat)입니다. 오늘은 이 도멘에서 빚어낸 2004년 빈티지 끌로 드 부조 그랑 크뤼를 깊이 있게 조명해 보려 합니다.

도멘 알랑 위들로 노엘라: 보졸레에서 시작한 명가의 계보

도멘 알랑 위들로 노엘라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알랑 위들로(Alain Hudelot)는 보졸레 지역의 와인 농가에서 태어나, 결혼을 통해 노엘라(Noellat) 가문의 뛰어난 포도원들을 상속받으며 코트 드 뉘의 중요한 도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현재는 손자인 샤를 반 캉(Charles van Canneyt)이 사양 관리와 와인 메이킹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의 세심함은 와인 평론가들로부터 지속적인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도멘은 끌로 드 부조를 비롯해 에셰조(Echezeaux), 리슈부르(Richebourg) 같은 최고의 그랑 크뤼 포도원까지 소유하고 있어, 그 위상을 증명합니다.

이들의 철학은 최소한의 개입과 포도원 표현에 있습니다. 유기농법을 실천하며, 발효는 천연 효모에 의존하고, 새로운 오크통 사용을 절제하여 순수한 테루아의 맛과 향을 이끌어냅니다. 특히 2004년은 부르고뉴 전역에서 도전적인 해였습니다. 늦은 봄의 서리와 비가 많은 여름이 이어졌으나, 9월의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가 포도를 구원했습니다. 이러한 조건은 높은 산도와 우아함을 가진, 클래식한 스타일의 와인을 탄생시켰으며, 알랑 위들로 노엘라의 정밀한 관리 아래에서 빛을 발한 해이기도 합니다.

2004 빈티지의 매력과 시음 노트

2004년 부르고뉴 레드 와인은 처음에는 가벼운 바디와 높은 산도로 인해 일부 평가가 엇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우아함과 복잡성이 더해지면서, 특히 잘 관리된 도멘의 와인들은 놀라운 진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멘 알랑 위들로 노엘라의 끌로 드 부조 2004는 그러한 진화의 정점에 있는 와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음 노트를 살펴보면, 첫 인상은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말린 허브와 정향, 후추 같은 향신료의 복합적인 아로마입니다. 그 뒤를 이어 풍성한 장미와 제비꽃 같은 꽃향기, 그리고 익은 산딸기와 체리의 과실향이 어우러집니다. 입안에서는 절제된 산미와 기분 좋게 깔린 산도가 청량감을 주며, 실키한 탄닌이 조화를 이룹니다. 힘보다는 우아함과 정교함이 두드러지는,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맛입니다. 2004년이라는 해의 특성상 초기에는 다소 날카로울 수 있으나, 현재는 완벽히 융합되어 긴 여운을 남깁니다.

도멘 알랑 위들로 노엘라의 주요 크뤼 비교

도멘 알랑 위들로 노엘라는 끌로 드 부조 외에도 다양한 최상급 포도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래 표는 이들이 생산하는 대표적인 크뤼들을 비교한 것입니다.

크뤼 명 등급 마을 주요 특징 대표 빈티지 (참고)
Clos de Vougeot Grand Cru Vougeot 힘과 우아함의 균형, 향신료 & 꽃향기 복합성 2004, 2010, 2015
Echezeaux Grand Cru Flagey-Echezeaux 관능적이고 풍부한 과일, 부드러운 질감 2015, 2018
Richebourg Grand Cru Vosne-Romanée 최고의 농도와 파워, 광물질 & 장뇌 향 2010, 2016
Les Petits Vougeot Premier Cru Vougeot 접근성 좋은 프리미에 크뤼, 신선한 붉은 과일 2018 (평점 90-95)
Chambolle-Musigny Villages Villages Chambolle-Musigny 전형적인 샹볼의 우아함과 섬세함 2018

2004년 빈티지의 현재 음용 시기와 페어링

2004년 도멘 알랑 위들로 노엘라 끌로 드 부조는 현재 완벽한 음용 시기에 들어섰습니다. 20년 가까이의 병 숙성을 통해 떫은 맛은 부드러워지고, 향의 복합성은 정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서늘한 실내 온도(14-16°C)에서 최소 1시간 이상 데칸팅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닫혀 있던 아로마를 깨우고, 산도와 탄닌을 더욱 조화롭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이러한 우아하고 복합적인 레드 와인은 정교한 요리와의 페어링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 정통 페어링: 오리 콩피, 양고기 스튜, 송로버섯을 곁들인 비프 부르기뇽.
  • 한식 페어링: 한우 불고기, 장조림, 양념 갈비와 같은 깊은 육즙과 단맛을 가진 구이 요리.
  • 치즈: 에포아스, 콩테, 그뤼에르 같은 풍미 강한 경성 치즈.

과도한 향신료나 매운맛은 와인의 섬세한 향을 가릴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집과 보관을 위한 조언

2004년은 이미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빈티지가 되었습니다. 만약 소장하고 계신다면, 올바른 보관 상태가 가장 중요합니다. 서늘하고(10-15°C), 어둡고, 습도가 적당한(60-70%) 환경에서 수평으로 보관해야 합니다. 이 와인은 현재부터 앞으로 5-10년 동안은 여전히 즐거운 음용이 가능할 것이며, 그 이후에도 서서히 진화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도멘 알랑 위들로 노엘라의 끌로 드 부조 그랑 크뤼 2004는 도전적인 해에 만들어진 와인이 어떻게 뛰어난 도멘의 손길 아래에서 걸작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과서입니다. 힘과 화려함보다는 절제미, 복잡성, 우아함을 중시하는 진정한 부르고뉴 애호가라면 이 와인이 주는 시간의 선물을 깊이 음미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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