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관계이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갈등이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 법적인 조치를 고려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과연 배우자를 상대로 법적 절차, 특히 형사 고소를 진행할 수 있을까?'에 대해 궁금해 하십니다. 배우자라는 특수한 관계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법적으로 배우자가 서로를 고소할 수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히 '예' 또는 '아니오'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배우자 간의 법적 분쟁, 특히 고소 문제에 적용되는 법률과 그 예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배우자 간 고소의 일반적인 원칙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원칙적으로 배우자라고 할지라도 범죄 행위에 대해 서로를 고소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결혼 관계에 있다고 해서 모든 범죄 행위가 면책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가정폭력과 같이 개인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의 경우, 배우자는 명백히 피해자로서 가해자인 배우자를 신고하거나 고소할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배우자 관계에 있는 사람을 명확히 가족구성원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족구성원 간에 발생한 폭행, 상해, 유기, 학대 등의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정폭력의 경우 배우자 간 고소는 명확히 '가능하다'입니다. 이는 피해 배우자를 보호하고 가정 내 폭력 근절을 위한 법의 의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배우자가 제3자를 상대로 사기나 사문서 위조 등의 범죄를 저지를 때, 그 과정에서 배우자의 재산이나 명의가 무단으로 사용되었다면, 해당 범죄의 피해자는 제3자(예: 은행, 집주인)가 되지만, 범행을 저지른 배우자는 해당 범죄에 대해 법적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에도 피해자인 제3자가 배우자를 고소하는 것은 당연히 가능하며, 피해 배우자 역시 경우에 따라 관련 법적 절차에 관여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중요한 예외: 친족상도례
하지만 모든 범죄에 대해 배우자 간 고소가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형법에는 ' 친족상도례 (親族相盜例)'라는 특별 규정이 있습니다. 이는 특정 재산 범죄에 대해 친족 관계에 있는 가해자의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입니다.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재산 범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절도죄
- 사기죄
- 횡령죄
- 공갈죄
- 배임죄
- 장물죄
- 권리행사방해죄
이러한 재산 범죄를 배우자 간에 범한 경우,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따라 형을 면제받게 됩니다 . 즉,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의 재산을 훔치거나(절도), 속여서 빼앗거나(사기), 보관 중인 재산을 임의로 사용하거나(횡령) 하는 등의 행위를 하더라도, 피해 배우자가 고소를 하더라도 가해 배우자는 형사 처벌(징역, 벌금 등)을 받지 않게 됩니다.
이 조항의 취지는 친족 간의 정을 고려하고, 사소한 재산 다툼이 형사 처벌로 이어져 가정이 파탄 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이 규정 때문에 배우자의 재산 범죄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더라도 형사 처벌을 통한 응징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친족상도례는 오로지 형사 처벌에만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즉, 형사적으로는 처벌을 면할지라도, 피해를 입은 배우자는 가해 배우자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재산상의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 범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도죄나 손괴죄는 친족상도례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배우자가 배우자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거나(강도) 의도적으로 파손하는 경우(손괴)에는 친족상도례와 무관하게 형사 처벌이 가능합니다.
고소가 아예 금지되는 경우: 직계존속
배우자 간 고소 문제와 관련하여 또 하나 중요한 예외는 ' 직계존속 고소 금지 '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24조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은 고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직계존속이란 부모, 조부모 등을 의미합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본인이 자신의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을 고소할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배우자는 자신의 배우자의 직계존속, 즉 시부모님이나 장인·장모님 등을 고소할 수 없습니다. 이는 유교적인 효 사상과 경로 효친의 정신이 반영된 규정으로 해석됩니다.
이 규정은 친족상도례보다 더 강력하여, 직계존속에 대한 대부분의 범죄(재산 범죄 포함)에 대해 고소가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설령 직계존속의 행위로 인해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고소를 통한 형사 처벌은 어렵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모든 범죄가 고소 금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강도, 폭행, 상해, 협박 등과 같이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가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직계존속이라 할지라도 고소나 신고를 통해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하지만 재산 범죄에 대한 직계존속 고소는 엄격히 제한됩니다.
사례를 통해 이해하는 배우자 간 고소
실제 상담 사례나 법률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배우자 간 고소에 대한 다양한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상황 | 법적 판단 및 조치 | 관련 법률/원칙 |
---|---|---|
배우자가 동의 없이 서류를 위조하여 대출을 받거나 전세금을 빼낸 경우 | 사문서 위조 및 행사죄, 사기죄 등이 성립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피해자는 은행이나 집주인이므로 이들이 배우자를 고소할 수 있습니다. 피해 배우자는 증거 확보(녹음, 확인서 등)를 통해 수사에 협조할 수 있습니다. | 사문서위조죄, 사기죄 |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의 명의로 몰래 재산을 빼돌려 사용한 경우 (예: 예금 인출, 주식 매도) | 횡령죄 또는 절도죄 등이 성립할 수 있으나,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어 형사 처벌은 면제됩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합니다. | 친족상도례 (형법 제328조) |
배우자에게 상습적인 폭행이나 폭언에 시달리는 경우 | 가정폭력범죄에 해당하며, 피해 배우자가 가해 배우자를 고소할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 특례법에 따라 보호처분이나 형사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
배우자가 배우자의 직계존속(시부모, 장인장모)에게 재산적 피해를 입힌 경우 (예: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음) |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는 형사소송법 제224조에 의해 금지됩니다. 고소할 수 없습니다. 민사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 형사소송법 제224조 (직계존속 고소 금지) |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경우 | 간통죄가 폐지되어 배우자를 형사 고소할 수 없습니다. 외도를 한 배우자와 상간자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 간통죄 폐지 (민법 제751조) |
FAQ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면 어떤 처벌도 받지 않나요?
친족상도례는 재산 범죄에 대해 '형사 처벌(징역, 벌금 등)을 면제'하는 규정입니다.
즉, 유죄는 인정될 수 있으나 형벌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형사 절차를 통해 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민사상으로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피해 배우자는 가해 배우자에게 입은 재산적 손해에 대해 민사 소송을 제기하여 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배우자의 직계존속(부모, 조부모)에게는 어떤 경우에도 고소할 수 없나요?
원칙적으로 형사소송법 제224조에 의해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는 금지됩니다.
이는 재산 범죄 등에 엄격히 적용됩니다. 그러나 강도, 폭행, 상해, 협박 등과 같이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가하는 강력 범죄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고소나 신고가 가능하다는 해석이 일반적입니다.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도 서로 고소할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에서는 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가족구성원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실혼 배우자 간에도 가정폭력이나 기타 범죄가 발생한 경우 법률혼 배우자와 마찬가지로 고소 및 신고가 가능합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배우자가 서로를 고소할 수 있나요? 에 대한 답변은 '대부분의 경우 가능하지만, 특정한 범죄와 관계에 따라 예외가 적용된다'입니다.
가정폭력과 같이 개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나 제3자에 대한 사기 등에서는 명백히 고소 및 처벌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절도, 사기 등 특정 재산 범죄는 친족상도례 가 적용되어 형사 처벌은 면제되지만 민사상 책임은 여전히 남습니다. 또한, 자신이나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해서는 고소가 엄격히 금지되나, 생명/신체를 침해하는 강력 범죄는 예외적으로 고소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 간의 법적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민감할 수 있습니다. 각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 관계와 적용되는 법률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만약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심각한 법적 문제에 직면하셨다면 반드시 전문가인 변호사와 상담하여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법률 자문을 구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추천글
장물운반죄 어떤 죄인지 핵심 정리
의도치 않게 장물운반죄에 연루될 위험은 없는지, 어떤 경우에 처벌받는지 핵심 내용을 확인해보세요.
furing.tistory.com
댓글